안희정 사건 대법원판결 쟁점 – 위력 , 성인지감수성 그리고 피해자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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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매니져 작성일 19-09-10 16:12본문
피해자 진술 ‘성인지 감수성’ 고려… ‘위력’에 의한 성폭력 인정
⦿ 판결개요
수행비서에 대한 성폭력 혐의(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유죄가 확정되었습니다. 지난해 3월 피해자가 언론을 통해 사실을 폭로한 뒤 1년 6개월 만에 나온 법원의 최종 결론으로, 대법원은 안 전 지사에게 징역 3년6월을 선고한 2심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대법원 판결은 위력을 이용한 ‘권력형 성폭력’을 범죄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한국 사회의 큰 이슈였던 ‘미투 운동’ 중에서도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됩니다.
⦿ 위력에 의한 간음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징역 3년6월을 확정한 대법원 판결은 권력관계를 이용한 성관계를 범죄로 인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수직적·권력적 관계가 존재했다고 곧바로 성폭력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안 전 지사 측 주장은 끝내 받아들여 지지 않았으며,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 일상에 광범위하게 퍼졌다는 점에서 판결의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보입니다.
대법원은 기존 여러 판례를 근거로 2심의 유죄 판결을 확정하였는데,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되며, 위력이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을 말하고, 위력으로써 간음했는지는 행위자의 지위나 권세, 피해자와의 관계 등과 같은 제반 사정을 종합해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 성인지감수성과 피해자다움
이 사건은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느냐도 쟁점이었습니다. 피해자 진술 외에는 증거가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심은 “김씨가 피해자답지 않은 행동을 했다”면서 김씨의 진술을 배척하였지만, 2심은 “수행비서로서의 업무 수행을 성실히 했다고 해서 피해자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하였고, 이에 대해 대법원은 기존 판례를 언급하며 “법원이 성폭력 사건을 심리할 때는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하였고, “성폭력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판시하였는바, 이는 ‘성폭력 피해자는 피해 직후 공포심에 억눌려 자유롭게 행동해서는 안된다’는 이른바 ‘피해자다움’을 부정한 것입니다.
대법원 판결의 취지는 “성인지 감수성은 피해자 진술만을 믿겠다는 것이 아니고 성폭력 피해자가 아무것도 못하고 취약한 위치에 있어야 된다는 편견을 제거하자는 것”이며, 또한 “편견 때문에 남성 피해자를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성인지 감수성을 적용해야 하며 오히려 합리적이고 중립적인 관점으로 보도록 해야 한다 ”라는 것입니다.
또한 대법원은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 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하나, 이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를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판례의 내용도 짚었습니다.
⦿ 향후 예상 및 문제점
위 판결 이후 법원은 안 전 지사 사건 외 다른 사건에서도 성인지감수성을 적극 반영하는 추세입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명확한 증거가 없는 경우에는 진술과 간접증거로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하게 되는데,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인정되는지, 안 되는지가 판결의 핵심 쟁점이 됩니다.
대법원은 성인지감수성이라는 개념을 제시하여 피해자의 진술이 오락가락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하였는바, 이에 따라 법원이 피해자의 진술을 검토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다만, 성인지감수성이라는 개념이 법적으로 정의된 단어가 아니다 보니 애매모호하다는 것은 여전히 문제로 남게 되는데, 개별 판사마다 성인지감수성에 대해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법조계에서는 결국엔 법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데, 성인지감수성을 고려해 피해자의 진술을 받아들일지 결정하기 보다는 상대방의 동의가 없는 모든 간음에 대한 처벌을 위해 '비동의 간음죄'를 신설하자는 것입니다. 강간과 간음의 차이가 폭행 또는 협박이 있었는지 여부에 있지만, 이 또한 동의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는 여전히 문제로 남게 됩니다.